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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력과 자치력 그리고 복지 완성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11-07 조회수 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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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력과 자치력 그리고 복지의 완성

 

 

강 위 원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와 지역복지체계 구축은 특별한 시도가 아니다. 주민력의 성숙과 자치력의 강화로 복지의 완성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주민력과 자치력의 거점은 마을이다. 경제성장이 멈춰도 견딜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복지는 국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이웃이 이웃을 돌보고 살피는 마을의 완성을 통해 가능하다. 마을의 완성이야말로 바로 복지의 궁극적 목표여야 한다.

 

국가를 보라. 절망이 끝이 없다. 도처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정치권력을 통해 국가의 희망을 찾고자 하나, 미로처럼 얽힌 고차방정식을 풀 실력이 없다. 씨 뿌리는 노동 없이 풍요로운 수확만을 기대해온 후과다. 풀뿌리의 힘이 굳건하지 않고서야 어찌 위임과 대리의 정치가 바로 설 수 있겠는가. 절망은 불가항력적 현실이나 그래도 어쩌랴. 다시 아래로 깊이 들어가 바닥을 지켜야 한다. 국가가 아닌 마을에서 자율, 자립, 자치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공동체, 그건 모든 마을주의자들의 오래된 이상이다. 한 사회의 성장과 성숙은 국가, 마을, 개인의 조화로운 관계 구축에서 비롯된다. ‘국가의 진보’, ‘마을의 완성’, ‘개인의 존엄을 위한 삼각 축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당연히 결단해서 국민들의 안전망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게 복지국가다. 대한민국의 사회복지 총지출액은 국내총생산(GDP)10%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개국 평균의 절반 이하다. 독일과 덴마크에 견주면 3분의 1 수준으로 거의 꼴찌인 셈이다. 국가복지의 확대와 재정투입 확장은 우리에게 필수적인 과제다. 당연히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이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 이것이 바로 국가의 진보.

 

마을의 완성은 더 근본적인 도모다. 복지를 국가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마을에서부터 이웃이 이웃을 돌보고 살피며 십시일반 나눔과 배려로 스스로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구조다. 마치 본래 우리가 살아왔던 오래된 미래처럼 말이다. 나는 이를 보편적 국가복지와 대비해 공동체복지라 이름 붙였다. 공동체복지는 자주적인 개개인이 협동과 연대, 돌봄과 나눔을 통해 스스로 인격적 관계를 강화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른바 마을 중심 공동체를 목표로 삼는다. 단순히 국가의 복지전달체계를 강화하고 재정투입만을 늘리는 국가권력 분배시스템만으로는 공동체가 건강해질 수 없다는 성찰이다. 물론 국가복지와 공동체복지는 상충되지 않는다. 장기간 노력해서 마침내 실현해야 할 보완적인 숙제다. 국가복지의 강화 없는 공동체는 자유시장이라는 악마의 맷돌에 시민들을 내맡기고 부의 양극화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멈추거나 국가의 파산에도 견딜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복지는, 국가주의를 넘어서는 복지사회, 이른바 마을의 완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마을을 재건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마을살이와 지역자치가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자치행정은 본래 마을이 가지고 있는 복지 자연력, 즉 스스로 돕고 나누는 상부상조의 공동체를 강화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국가는 보편적 복지의 토대를 닦고, 자치행정은 마을의 복원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때 국가복지와 공동체복지가 조화를 이룬다.

 

주민력을 키워 자치의 중심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게 근본을 푸는 열쇠다. 자치는 주민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필요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 권한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주민이 질서를 세우고 행정이 이에 따르게 하는 게 자치라면, 행정이 규칙을 만들고 주민을 이에 동원하는 게 통치다. 지방토호에게 점령당한 지방자치, 그 자치를 빙자한 통치체제의 관행을 주민력의 성장을 통해 진정한 자치로 전환해내야 한다. 권력을 나누는 분권을 넘어 스스로가 권력이 되는 자립, 그것이 바로 스스로의 시대곧 자치의 근본이자 기본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복지재편은 자치력 수준에 비례한다.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의 방향도 이에 일치한다. 지역사회복장협의체든, 주민자치회든, 모든 마을권력이 주민력과 자치력으로 귀결돼야 한다는 뜻이다.

 

21세기는 더 이상 경제성장의 시대가 아니다. 탈성장의 시대로 진입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경제가 회복되고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미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20세기 산업사회와 경제성장 신화 시대의 복지 방식은 이제 낡았다. 불가능하다. 탈성장 시대의 복지전략이 간절한 이유다. 결국 마을이 곧 복지다. 다시 우직하게 씨를 뿌려 나가자. 마을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세우고 인권을 지키고 평화를 펼치자. 주민력과 자치력을 통해 복지 설계도를 그려가자. 그래야만 정치도 바뀌고 세상도 변하고 절망도 끝낼 수 있다. 우애와 협동의 복지공동체, 바로 시대의 스승 간디가 말한 마을공화국이다


(기존 칼럼을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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