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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사회서비스 뉴 노멀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0-06-11 조회수 2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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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사회서비스 뉴 노멀

김용득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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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3일 코로나19로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전환되면서 노인요양시설 등 생활시설에서는 면회, 외출, 외박 등이 금지되었고,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은 긴급돌봄을 제외하고 휴관하였다. 사회 전반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었으며, 5월 6일부터는 다소 완화된 '생활 속 거리두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생활시설은 감염위험에 대한 안전 확인을 전제로 제한적으로 통제를 완화하였고, 복지관 등 이용시설은 긴급돌봄과 소규모 프로그램에 한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서비스는 욕구가 있는 사람,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과의 직접 접촉을 기본 요소로 한다. 코로나19가 요구하는 비대면, 거리두기는 사회서비스의 본질적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사회서비스 현장에 대하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는 서비스 활동을 최대한 많이 중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서비스 중단은 안전과 일상생활 유지에 대한 위협으로 직결된다. 이런 점 때문에 노인요양, 장애인활동지원 등의 서비스는 유지되고 있으며, 현저한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긴급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혼동 상황에서 사회서비스 현장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충실히 지키면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벼랑 끝 상황을 완화하는데 안감힘을 쓰고 있다. 노인, 장애인 생활시설에서는 코호트 격리에 준하는 상황을 장기간 유지하면서도,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얼굴 보면서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면회를 시행하여 사람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정의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긴급돌봄을 제공하면서, 결식아동들을 위하여 도시락을 가정으로 배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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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현장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어려운 환경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를 우리의 새로운 일상으로 구현하고 제도화하려면 세 가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코로나19의 위협의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앞으로 얼마나 자주 이런 위험에 직면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사회서비스를 전달하는 플랜B가 확립되어야 한다. 국가적 수준에서 감염병 상황에 취약한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가 함께 안전할 수 있는 서비스 방법을 개발하고, 불가피하게 다수 이용자와 직접 접촉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방호복의 지급, 무료 검사 등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하고, 가정방문서비스에서 방문자와 이용자가 준수하여야 하는 세부적인 수칙도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에 시도 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ICT 기반의 비대면, 비적촉 방식의 언택트( untact)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원격 의사소통을 위한 디지털 매체 사용 기술과 함께 비대면 상황에서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응용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서비스 이용자들의 디지털 미디어 접근성과 사용 역량을 높이는 노력도 중요하다. 셋째, 소 공동체 기반의 작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사회서비스를 재편해야 한다. 노인요양시설, 장애인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 노숙인시설 등 대규모 시설들은 조속히 소규모 지역사회 기반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길기도 했고, 짧기도 했던 지난 3개월 동안 사회서비스 현장에는 뉴 노멀(new normal)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실천 현장의 정성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새로운 모습들이다. 지역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런 대안들을 드러내고, 공유하고, 조직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 지역단위 소통은 온라인 수단을 통해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하에 공식적,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런 경험들을 잘 발굴하여 위기상황에서 사회서비스가 중지되지 않고 플랜B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뉴 노멀 사회서비스 실천지침의 개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출처_복지이슈Today vol.87 (p.4, 서울복지재단, 202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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