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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세번 째, 4월 20일 - 김민수 (수원시장애인종합사회복지관장)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3-04-12 조회수 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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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세 번째, 420

 

  

김민수(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장)

 

 붐비는 아침 출근시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집단으로 지하철에 탑승하였다. 목적지에 이르자 모두 한꺼번에 내리다 보니 당연히 정차시간이 길어졌고, 참다(?)못한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중 어느 중년신사의 고성이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어? 내가 미국서 살다왔는데 거긴 안 그래. 우리나라 경찰들이 말야 물러 빠져가지고... 도대체 뭐하는지 몰라. 이런 것들 정리 안하고...에이 퉤!”

주변의 시민들도 이 신사의 고성에 동의하듯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불편한 심기를 내뱃는다.

이런 실강이로 10분이나 흘렀을까?

화난(?) 시민들을 향해 한 휠체어 장애인이 드디어 말문을 연다.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장애인 차별철폐를 외치고자 이 바쁜 시간에 저희들이 여러분의 발목을 10분이나 잡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여러분은 10분 지체되니 이렇게 화가 나서 우리들에게 별 욕을 다하고도 아직도 안풀리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평생을 기다려온 저희들은 얼마나 화를 내야 할까요? 평생 지체되어온 우리 장애인들은 어떻게 해야 분이 풀릴까요? 지하철 타는데 30, 아니 그 이상을 기다렸다면 우리 인생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요? 시민 여러분. 바쁜 시간에 방해하여 정말 죄송합니다. 아직도 화가 안풀리셨나요? 용서해주십시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사람들은 아무런 대꾸없이 흐터지기 시작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420일이 다가온다. 33번째 장애인의 날이다. 유엔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자 1981년을 세계장애인의 해로 정한 이후, 우리나라도 그해부터 장애인복지법을 시행하면서 법의 취지를 실현하고자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이다. 이후 우리의 장애인 복지현실은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지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언제부터인가 420일을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로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들은 여전히 차별과 편견 속에 있으며, 소외되어 있고, 시혜의 대상으로 전락되어 비주류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거부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인 것이다.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수원! 듣기에 너무 정감있는 슬로건이다.

그래서인가. 장애인이 반가운 도시를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왠지 더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굳게 믿고 싶어진다. 사람이 반가운 도시를 꿈꾸는 자들 속에 지하철의 그 중년신사는 없을 거라고... 바쁘게 가야하는데 장애인들이 방해된다며 분노를 터트렸던 그 신사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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