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남 (수원지역아동센터연합회 회장)

 내가 태어나기 꼭 20일 전, 육군중령이셨던 아버지는 군에서 사고로 돌아가셨다.

출산이 임박한 만삭의 어머니는 뱃속의 아이를 비롯한 두 살, 네 살배기 어린것들과 졸지에 한부모 가장이 되었고 나는 아버지 얼굴도 못보고 태어나 유복자로 자라났다.

어린 시절, 어머니 혼자의 힘으로 삼남매를 키우다보니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난 단 한 번도 새 옷을 내 옷으로 가져 본 일이 없이 언제나 언니가 입던 옷을 물려 입어야 했고 학교에 입학해도 새가방, 새학용품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셨는데 아무리 늦게 들어오셔도 꼭 저녁을 당신 손으로 차려서 우리들에게 먹이시곤 하셨다. 매일 이른 새벽에 세 명의 도시락을 싸놓고 식지 말라고 수건에 꼭 싸서 부뚜막에 놓아두고 나가셨다.

월급날이 되면 어머니는 퇴근할 때 어린이잡지인 「소년중앙」을 사가지고 오셨다. 우리는 깜깜한 밤중에 골목어귀까지 나가 눈이 빠져라 소년중앙을 사오실 어머니를 기다리며 설레이던 기억이 생생하다.

동네아이들과 골목에서 놀다 해가 어스름하게 질 무렵이면 아버지들이 하나둘씩 퇴근을 하고 함께 놀던 아이들은 아버지가 저만치서 이름을 부르면 신나서 달려가곤 하였는데 난 그 모습이 몹시 부러웠다. 그래서 한때 어머니께 난 왜 아버지가 없는거냐며 투덜거리기도 했었다.

그럴때면 어머니는 “우리집은 엄마가 아버지도 되고 엄마도 되는거란다”라는 알쏭달쏭한 대답을 하셨다.

한부모가정은  부모 가정.....

얼마 전, 어느 교회에서 한부모가정의 부모들을 위한 힐링콘서트를 열어서 몇몇 한부모이신 분들을 모시고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진행을 맡은 교수님의 멘트가 50년 넘게 가슴 한켠에 아련하게 멍울진 내 마음에 명쾌한 답을 던져주었다.

“한부모가정은 ‘한쪽부모만 있어서 결손이 있는 가정이다’ 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한가위」의「」처럼 ‘크다’ ‘꽉찼다’는 의미입니다. 비록 한 명의 부모이지만 그 한 명이 두 명의 부모 못지않게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가정이라는 뜻에서 한부모가정인 것입니다. 한부모 여러분, 한부모가정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십시오. 여러분은 참으로 훌륭한 부모이십니다.”

한 명의 부모가 두 명의 몫을 해낸 어머니 덕분에 나는 결손가정이 아닌 한부모가정 즉 꽉찬 가정에서 경제적으로는 조금 어려웠지만 늘 정직하고 주변의 이웃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웠다. 어쩌다보니 한부모가정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된 지금, 한부모가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자유로워진 것 같아 참으로 마음이 따스해지는 느낌이다. 한부모가정은 곧 한부모가정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