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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7-11-01 조회수 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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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정창욱 경기복지시민연대 사무국장


빈곤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귀속시키지 않겠다는 사회적 논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만들었고, 이 법은 국가가 국민 누구에게나 최저생계비 수준의 생활을 ‘권리’로서 보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난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일이 끊이지 않았고 제도의 사각지대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 사각지대를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계획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구체적 현실을 살펴보면 왜 그런 비판이 제기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먼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것은 단연 부양의무자기준이다. 2014년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할 시 97만 명의 수급자가 신규 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6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교육급여는 2015년 7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목표했던 신규진입 50만 명의 절반인 24만 명 확대에 그쳤다. 2015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을 신청한 가장 큰 이유는 어려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80.1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신청자 중 절반이 넘는 67.59%는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기준보다 많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탈락자 중 부양의무자를 포함한 친지, 이웃에게 도움을 받는 가구는 24.38%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더 절약해서 생계를 꾸려나간다고 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부모부양을 가족이 해야 한다는 의견은 2016년 30%로 2008년 40%에서 대폭 하락, 정부나 정부와 가족이 함께, 부모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의견은 모두 늘어났다. 장애인 가족들이 장애인을 살해하고 동반자살하는 일이 한 해에도 수차례 반복되기도 한다. 


수급자가 되기 위한 선정기준이 너무 낮고, 보장수준 또한 낮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생계급여 인상률은 2018년 1.16%로 지난 2017년 1.73%에 이어 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래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기본재산액과, 실제 소득과 실제 소득이 아니더라도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소득인정액이라는 까다로운 선정기준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초생활수급 노인은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산정되어 생계급여에서 다시 차감된다. 2014년 7월 기초연금이 시행된 이후 이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수급비와 기초연금까지 수급자들이 ‘이것저것 다 받는’ 것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5년 2월, 단칸방에서 홀로 숨진 노인은 수급비와 기초연금을 합해 매달 49만 9290원을 받았었고 수급비의 대부분인 30만원을 의료비로 지출했고, 주검으로 발견된 당시 그의 통장엔 27원이 있었다. 노인빈곤을 해결하겠다고 도입된 기초연금이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노인들에게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는 기막힌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2010년 기초법상 근로능력평가의 근거가 마련되었고 2012년 근로능력평가사업이 국민연금공단으로 위탁된 이후 근로능력평가에서 근로능력 있음 비율은 증가했으며, 수급자들이 일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해 호소할 수 있는 길은 사라졌다. 일하기 힘든 지병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공단에서 ‘근로능력 있음’ 판정을 받은 조건부 수급자들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근로활동을 하던 중 사망하기도 했다. 의학적 평가, 활동능력 평가가 가난한 사람들을 생활보장에서 배제하는 근거로 활용되는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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